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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대구 수돗물 3개월 마시면 정자수 감소” MBC 보도, 진실은…

부산광역시물산업협회 2022. 11. 8. 17:24

환경과학원 “보도에 쓰인 측정값 자체가 신뢰할 수 없는 수치”
낙동강 권역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대구MBC 보도와 관련, 국립환경과학원이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이 쓴 검사법에선 본래 ‘미검출’로 표기돼야 하는 비(非)과학적 수치를 대구MBC가 마치 신뢰도 있는 값처럼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지난 8월 영남 지역 가정집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며 해당 수돗물 음용에 대한 영향을 설명한 대구 MBC   보도. /대구 MBC


앞서 대구MBC는 대구 주요 정수장에서 정수한 수돗물 시료(試料)를 이 교수팀에 의뢰한 결과 간독성을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틴이 0.226~0.281ppb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국 기준으로 (대구)수성구, 동구 수돗물을 3개월 넘게 마시면 ‘정자 수 감소’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일부 환경단체는 “제2의 낙동강 페놀 사태”라며 대구시와 환경부를 비난하고, 4대강 보(洑) 개방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 교수팀이 쓴 ‘효소면역분석(ELISA)법’은 ‘정량 한계 이하’의 값, 즉 ‘측정값을 신뢰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인 0.3ppb에 미달하면 ‘미검출’로 표기해야 하는데, 대구MBC가 이를 무시하고 실제 검출된 값처럼 단정해 보도했다는 것이 과학원 측 설명이다.

8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학원은 대구MBC가 쓴 수치에 대해 “수돗물 시료를 검사한 이 교수팀이 쓴 ELISA법에서 제시된 0.3ppb 이하의 마이크로시스틴 측정값은 ‘재현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값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현성’이란 특정 시료를 서로 다른 연구자가 측정해도 측정값이 동일하게 나오는지를 뜻한다. 재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값은 단정해선 안 된다. 예컨대 혈압을 잴 때 값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재검을 통해 반복적으로 비슷하게 측정된 값을 ‘신뢰할 수 있는 값’으로 보는 것과 같다.

지난 8월 영남 지역 가정집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대구 MBC   보도. /대구 MBC


대구MBC로부터 수돗물 시료를 받아 분석한 이 교수팀은 비공식 수질검사방법인 ELISA를 쓰면서도, 과학계에서 정한 ‘정량 한계 이하’인 ‘0.15~0.3ppb’ 사이의 값을 산출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과학원은 이에 대해 “‘재현성’은 분석자, 실험 도구, 실험실 환경, 분석기기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변동되기 때문에 이 값을 임의로 ‘보장’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값이 신뢰를 얻으려면 엄격한 실험환경에 대한 인증과 공정시험방법을 통한 확인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미다.

과학원은 “‘0.15ppb까지 값을 분석할 수 있다’는 이 교수팀 주장이 신뢰를 얻으려면 ①실험이 이루어진 실험실이 수질검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는지 등에 대한 ‘실험실 유효성 확인(QA/QC)’ 자료, ②수질검사 공정시험방법인 ‘액체크로마토그래프-텐덤질량분석(LC-MS/MS)법’ 등 정확한 분석법으로 측정한 데이터 등 최소 2가지 자료가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팀이 쓴 ELISA법은 결과는 빠르게 나와 ‘신속’하지만, 그만큼 값의 ‘정확도’는 떨어져 주로 조류에 대한 모니터링 용도로 쓰인다. 대구MBC ELISA법 결과값만 제시하고, 더 정확한 공인시험방법 결과 등은 제시하지 못했다.

‘먹는물 수질감시항목 운영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LC-MS/MS법의 정량한계는 0.1ppb이고, 과학원에서 미규제물질을 모니터링할 땐 0.005ppb까지 정량한계를 낮춰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교수팀이 주장한 값이 객관성을 가지려면 LC-MS/MS법 등 더 정확한 방법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게 과학원 측 설명이다. 이 교수팀은 “(과학원이 확인한) 마이크로시스틴 6종 외에 다른 종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제기했으나, 과학원은 “국내 원수(原水)를 대상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을 조사한 결과 6종 외에 다른 종이 있을 확률은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과학원은 “이 교수팀이 쓴 ELISA법의 분석 원리상 분석기기의 반응값이 마이크로시스틴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는 ‘정성(定性)’에 한계가 있고, 흡광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방해물질에 의한 불확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방해물질에 의한 불확도는 낮은 농도에서 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낮은 농도값(0.3ppb 이하)을 처리할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 교수팀의 분석결과는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값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대구MBC는 지난 8월 “(대구 정수장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수치가) 미국 연방 환경보호국 아동 허용치(0.3ppb)보다는 낮지만, 캘리포니아주 환경 건강위험 평가국 기준 0.03ppb보다는 약 2배 높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기준대로라면 수성구, 동구 수돗물을 3개월 넘게 마시면 정자 수 감소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수치를 토대로 ‘정자 수 감소’ 등 수돗물에 공포감을 조성해온 셈이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뉴스1


이주환 의원은 “대구MBC는 ‘수돗물 독성물질’에 대한 자신들의 보도가 비과학적 보도임이 밝혀졌음에도 억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대구 수돗물을 먹으면 정자 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식의 허위·과장 보도에 대한 책임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