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거버넌스·재정 세 가지 부문 역량 모두 갖춰야 물 문제 해결 가능
물 보존과 수생태보호는 상호 보완적 관계…자연과 조화 이루는 삶 추구 중요
로익 포숑(Loïc Fauchon)세계물위원회(WWC)회장은 제7회 세계물도시포럼(WWCF 2021)기조연설에서 ‘물의 미래 : 기회와 위험요인’이라는 주제를 통해 “최근 들어 많은 도시가 물을 관리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물이 점점 희소해지고 수질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물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라고 밝혔다.
포숑 회장은 “다행히 세계 많은 도시들이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가 있고, 역량 또한 갖추고 있다”며 “다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지식과 거버넌스, 그리고 재정 차원의 역량을 동시에 갖추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도시 간 물 관리 협력 통해 전 세계 물 보존해야
이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10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며 “첫 번째는 정부 간 협력을 통한 물 관리다. 이 협력은 몇몇 나라 차원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물 관리 협약을 위한 계약을 맺고 각 도시가 역량을 공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면서 “지역사회, 유역 단위에서부터 주민들이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힘을 합쳐 같이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는 물 보존의 의무다. 계절, 연도, 사용 목적에 따라 물 보존 의무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저수지나 댐 기반 보존 의무도 좋지만 유역 기반 보존을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물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물 저장량도 늘려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이 중요하다. 모순처럼 보이겠지만 물 보존과 생태계 보호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도 생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 번째는 수질오염을 해결하고 오·폐수를 처리함으로써 물 순환을 이루는 것"이라며 “위생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위생은 소규모 물 순환에서 매우 중요하고 도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서라도 먹거리나 공중보건을 위한 수질을 확보해야 한다.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는 것은 물을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전 세계에 물 안보 실현 역량 알려
이어 “네 번째는 한국의 우수사례를 따르고 세계로 확장시키는 것"이라며 “그간 한국이 보여준 물 안보 실현을 위한 혁신은 놀라운 수준이다. 특히, 대구시는 물 관리를 효율성 있게 개선할 수 있는 연구를 통해 경제적이고 생태적으로 물을 관리하는 방법을 찾았다”면서 “활발하게 혁신이 일어날수록 재생 가능한 자원을 더 많이 활용하게 되면서 자연기반해법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잘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는 디지털 혁신이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디지털 기술은 어느 물 순환 주기에도 도입·적용될 수 있으며 물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인터넷,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을 하수처리나 위생·에너지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혁신적인 방법을 더 많이 찾아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가 간 공유 가능한 효율적인 거버넌스 필요
포숑 회장은 “다섯 번째는 재정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물은 돈이 필요하고 돈 역시 물이 필요하다. 특히, 가난한 나라에서 더욱 그렇다. 도시는 물과 위생에 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물과 위생에 대한 예산을 따로 할당하거나 마을마다 물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면 또 다른 수익원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섯 번째는 투명한 물 거버넌스(governance)다. 좋은 거버넌스가 없다면 물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물 거버넌스는 국가가 공유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이를 통해 자원 능력을 보장하고 민간 부문의 적절한 지원을 통해 사용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여기에는 강 유역 관할 당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유역 관할 당국은 이용 가능한 자원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곱 번째는 디지털 혁신(Digital Innovation)이다”며 “물 분야 디지털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도시뿐만 아니라 농어촌에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 주변 농어촌에도 서비스를 제공하면 물 때문에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고 도시 슬럼화가 줄어드는 한편, 도시 집값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농어촌은 특히, 미래에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농어촌에 도시의 물을 공급하기 위한 ‘스마트 농어촌’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모든 국가가 물에 대한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해야
포숑 회장은 “여덟 번째는 물 권리(Water right) 주장이다. 물 권리는 가장 기본적이고 바람직한 물 관리의 목표이자 근간"이라며 “세계물위원회(WWC)는 20년 가까이 누구나 충분하고 양질의 물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특히 가난한 사람에게 저렴하게 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면서 “이를 위한 많은 해결책이 나왔고, 이 가운데 물에 대한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다수다. 그러나 물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한 국가는 아직 50개국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아홉 번째는 모든 국가가 이러한 노력에 동참해 누구나 양질의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곧 개인의 물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도 최소한의 물을 쓸 수 있도록 하되, 사용한 물에 대해서는 요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그는 “열 번째는 정치적 의지다. 앞서 제시한 아홉 가지 제안과 해결책 모두 정치적 의지가 필요한 일"이라며 “전 세계 물 문제 해결 위한 각 국가의 정치적 의지를 북돋아 주는 것이 세계물위원회의 역할이다. 물은 정치적인 주제이고 정치적인 문제"라면서 “모든 사람은 물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물이 정치화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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