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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바닥 드러난 저수지 볼 때마다 한숨만 나와요"

부산광역시물산업협회 2022. 12. 20. 10:50

"여름에 비 안 내려 참깨 농사 절반 망쳐…내년 더 심각할까 걱정"

전북 누적 강수량 평년 대비 71%·저수율 32%…겨울가뭄 계속될 듯

지난 12일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에서 만난 김성기씨가 마을에 난 수로를 바라보며 지난여름 가뭄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올해 어찌나 비가 안 왔는지 참깨가 야물게 영글지를 못했어요. 방법이 없으니 비가 언제나 내릴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요."

지난 13일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 만난 옥정리 이장 김성기(74)씨가 드넓은 참깨밭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옥정리 일대는 산간 지역에 있다. 지대가 높다 보니 별도의 담수 시설이 없어 김씨를 비롯한 마을 농민 대부분이 천수전답(빗물에만 의존하는 논과 밭)을 한다.

빗물을 마을 가운데에 난 수로에 가둔 뒤 호스를 연결해 농업용수로 쓰는데, 올해는 비가 적게 내려 밭에 물을 대기가 어려웠다.

비를 맞지 못한 곡식들은 대부분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김 씨는 "곡식이 열매를 맺을 때 수분을 흠뻑 빨아들여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데 여름에 비가 적게 내리니 쭉정이가 많았다"며 "참깨나 고추 수확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반도 못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서 수로가 가득 찰 때가 많은데 올해 여름에는 한 번도 없었다"며 "집 앞에 있는 밭은 집에서 물을 길어다가 뿌렸는데 멀리 있는 밭들은 방법이 없어 내버려뒀다"며 걱정했다.

김 씨의 말처럼 올해 전북에는 유난히 비가 적게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6개월(지난 6월 15일∼12월 14일)간 전북의 누적 강수량은 700.6㎜로 평년 976.9㎜보다 71.7%에 그쳤다.

지난 12일 전북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의 바닥이 메말라 있다.

'내년에는 적정한 비가 내려주기를' 비는 마음은 벼농사를 짓는 농민의 마음도 같다.

김제시 진봉면에서 4만여㎡(1천200평) 농사를 짓는 박용운(75)씨는 옥정호를 바라볼 때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목적댐인 옥정호(섬진저수지)는 거미줄처럼 연결된 용수로를 통해 김제와 정읍, 부안 일대 3만3천㏊ 농경지에 물을 공급한다.

특히 드넓은 평야로 유명한 김제는 농업용수를 대부분 옥정호를 통해 공급받는데, 올해 비가 내리지 않아 옥정호의 저수율이 전년 100%에서 40%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비가 적게 내려도 댐이 마른 정도는 아니라서 올해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나날이 수위가 줄어드는 옥정호를 바라볼 때마다 내년이 걱정된다"며 "모내기를 하는 봄철까지 옥정호가 출렁거릴 만큼 비가 충분히 내렸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씨의 말처럼 옥정호는 수심이 낮아지면서 출렁다리 인근 땅은 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갈라지고 메말랐다.

옥정호 수위가 내려가면서 물속에 잠겨있던 돌이나 수풀이 모습을 드러냈고, 저수지 가운데에 있는 붕어섬도 평소보다 크기가 더 커졌다.

옥정호처럼 평년 대비 저수율이 50% 이하인 도내 저수지는 418곳 중 33곳에 이른다. 이 중 저수율이 30% 이하인 곳은 11곳이다.

지난 12일 전북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에 위치한 섬진강댐의 수위가 낮아져 있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섬진강댐은 보통 빨간 동그라미 수준까지 물이 찬다.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마음과 달리 남부 지방의 가뭄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우선 내년 1월까지 전북과 전남, 광주 등 21개 지역에서 기상 가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내에서는 고창과 순창, 임실, 정읍 등 4개 시·군에서 내년 1월까지 6개월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약 65%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