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산업은 120년의 역사를 등에 업고 가장 오랜 세월을 흘러왔다. 분화되어 파생된 환경산업도 40여년을 경과하여 2세, 3세 경영이 눈부신 발전을 이뤄야 할 시점이다.
물 산업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으로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환경공단, 서울시 등이 있으나 민간 기업이라기보다는 공공기관이다. 타 산업과 다른 점은 구매자들이 전국에 산재한 226곳의 지자체이다.
이들 대기업 형 공기업도 40여년의 세월을 보내왔지만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처럼 뿌리와 줄기만 탄탄해졌지 더 이상 하늘위로 푸른 잎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물 산업은 정수장이나 댐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링과 건설회사, 강관과 주철관, PVC, PE파이프, 밸브, 계량기(유량계), 분석장비, 분석기업, 수처리약품, 수처리시설, 펌프, 수중기계설비, 수배전반 등이다.
이들 기업도 단순히 물분야로만 축약하면 연간 매출액 1천억 원이 넘는 기업은 고작 10여개 남짓이다.
주철관 사업은 과거 6개 회사에서 2개 회사로 규모의 경제를 지속하고 있어 매출액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유일한 업종이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사도 독자적으로 세계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고 PVC, PE파이프는 생산업체가 1백여 개가 넘지만 품질보다는 가격경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측우기 발명과 더불어 국가 경제의 중요 지표인 계량기회사는 이미 1세대(20여 개 사/′70년-′90년대)가 무너지고 지금은 50여 회사가 난립되어 정확도보다는 가격경쟁과 영업력으로 수출은커녕 아비규환의 시장으로 흐려놓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가라앉으면서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물 전시회에서 몇몇 한국 기술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중국, 베트남, 미국 등 해외전시회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희망적인 메시지가 오갔다.
싱가포르의 물 산업은 우리나라가 물 기술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기획한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수처리선진화사업단(1천2백억 원/2005년)보다 늦게 출범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국영물기업인 PUB는 전 세계 물산업의 관심을 모아가면서 핵심 기업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경제성과 기술성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역할을 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가 수처리사업단에 지원하여 세계 4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는 막여과공정은 물론 관로세척기술등 관련된 기업들 대부분 도산하거나 사라져버렸다.(사업단만 정부표창과 환경대상만 받았을 뿐이다)
대기업의 규모와 성숙도는 지속가능성과 사업성에 대해 중소기업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파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력한 외부의 인센티브가 없는 경우에 이들 중소기업들에게서는 발전의 동력을 발견하기 어렵다.
대표적 물기업인 수자원공사만 해도 댐 사업장이 32개소가 있고, 수도사업장이 69개소가 있다. 하지만 국내 어떤 기술핵심기업도 수자원공사와 성과공유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진입했지만 대부분 5년 후면 자취를 감추고 만다. 지속가능성의 증발이다. 수자원공사와 긴밀한 협력관계가 있는 기업들은 동종업종에서는 기술력보다 영업력이 강한 기업들이거나 수자원공사와 연계된 인맥을 보유한 기업들이라는 저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와 같은 대규모 구매자들은 정치권 등 외부 등살에 기술평가보다 가격경쟁을 통해 가장 저가의 제품들을 구매한다.
최근 한국수자원공사는 ‘블루골드 물 산업, 미래를 개척하라’를 주제로 ‘물 산업투자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물 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물 산업 투자기관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물 산업이 블루골드라면서 왜 투자자들은 물 산업을 외면하고 있을까. K-반도체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초순수(初純水, ultrapure water)’라는 유기물이나 전기 전도도를 최소화하여 불순물이 거의 없는 정제된 물을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초순수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전후에 진행되는 세정작업에 활용되어 반도체 생산성을 높이는 필수요소지만, 현재 일본 등 해외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초순수 시장규모도 ‘20년 기준 약 1.1조 원이며, ‘24년 약 1.4조 원 규모로 27% 성장이 전망(GWI, 자금투입기준)된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일부 기업이 초순수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테스트 베드 적용과 성능인증 환경이 부족한 상황이며, 높은 시장 장벽으로 인하여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수자원공사의 고백이다.
그러나 이미 이 같은 초순수 사업의 근간인 막여과사업은 2011년 국산화에 성공했으면서도 시장을 열지 못해 정작 기술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도산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있다는 투정만 지속된다.
심지어 4대강 사업을 펼치면서 소수력 발전기조차 국산수차가 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안동, 대청댐에서 잘 운영되고 있으면서도 외국산 수차로 도배를 했다. 서울시 노량진 배수지도 독일산 수차로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A/S를 받기가 난감한 현실이다.
지속가능성은 구매자의 수령 장소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공급자의 현장 프로세스를 감시하고 통제해야만 관리할 수 있는 제품 제조 방법에 관한 것이다,
즉 ‘숨겨진 신뢰도 속성’으로 제품검증 속성은 환경 세분화 및 환경위험 완화에 매우 중요하고 제조사와 발주처의 이해 관계자들과의 의사소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등 대규모 구매자들부터 구호성 공약(空約)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실천으로 중소기업들에게 신뢰와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법과 제도가 큰 장벽이라면 개선하는 작업부터 해야 하고 테스트 베드를 마련해야하며 시장을 열어주고 인간관계보다 기술관계가 우선되어야한다.
물 산업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고 기업 수는 증가해도 기업 당 매출규모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화려한 악마의 플라스틱 포장지는 제거하고 대대적인 혁신과 개혁이 물 산업이야 말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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