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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면 썩는 게 물" 부산 북항 경관수로 호수화 우려

부산광역시물산업협회 2023. 12. 12. 20:45

"수로 관리 주체 정하고 바닷물 순환 대책 필요"

북항 경관수로 [촬영 박성제]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기 마련입니다. 인공적으로 물길을 만들었으면 물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조처해야지요."

7일 오전 부산 북항 재개발 지역 핵심 인프라의 하나인 경관 수로를 바라보며 백해주 초록생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폭 40∼60m, 길이 1.3㎞에 이르는 이 수로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 전용 선석 부근에서 시작해 해양문화지구를 감싸고 도는 형태다.

해양수산부는 경관 수로가 완성되면 인근을 세계적인 수준의 친수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날 현장에는 숭어 등 여러 종류의 치어들이 푸른 겨울 바다 아래에서 자유로이 유영하고 있었으며, 해초들 역시 화려한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북항 재개발 경관수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최근 이 경관 수로에 있는 바닷물이 정체됨에 따라 물이 고여 있다는 지적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일반적인 바다와 달리 이곳은 수로를 따라 한 방향으로 물이 흘러 해류가 조수 간만의 차에만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백 대표는 "이대로 계속 물이 정체되도록 둔다면 물이 썩고야 말 것"이라며 "악취와 수질이 나쁘기로 유명한 부산의 도심 하천인 '제2의 동천'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곳은 접근성이 좋아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나 바다에서 흘러 들어온 쓰레기가 많다"며 "일반적인 바다라면 해류를 따라 흘러 나갔겠지만 정체돼 있다 보니 바다 안에서 부패한다"고 덧붙였다.

바다 찌꺼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제 겉으로 보기에는 깨끗하고 잔잔한 바다 같았지만, 인근에 있는 교량 위로 올라가 보니 찌꺼기들과 물속에 가라앉아 있던 쓰레기들이 곳곳에 포착됐다.

이날도 외부에서 날아온 비닐봉지 하나가 수면 위에 앉자 백 대표는 "물을 머금은 비닐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데 바닷물이 역동적으로 회전하지 않으니 그대로 썩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바닷물이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특히 부산시와 해양수산부 가운데 누가 경관 수로를 운영하고 관리할지부터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 대표는 "지금부터 영향평가나 관련 용역을 실시해 펌프를 설치하는 등 바다 순환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물이 맑은 상태이지만 5∼10년 뒤면 이곳에 사는 물고기들도 모두 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을 위한 친수공간인 만큼 깨끗한 바다 보호를 위한 관련 대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