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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깨끗한 식수는 시민 권리이자 국가 의무… 정부가 나서야”

부산광역시물산업협회 2022. 10. 18. 09:05

['맑은 물' 부산의 염원] 6. 안전한 물·맑은 강은 가능한가

지자체 차원 해결에 한계
여름 녹조 사태 정부도 관심
취수탑 설치·식수원 다변화 등
근본 해결 위한 장기 노력 필요

1970년대 유럽의 라인강은 평균 5급수 수질 이하의 ‘검은 강’이었다. 길이가 1320km에 달하는 라인강은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있다. 오염원은 너무 많고, 관리는 제각각이었으며, 수질 개선은 불가능해 보였다. 지금의 라인강 수질은 2등급 이상이다. 1999년 라인강 보존 국제위원회 설립 뒤 수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한 국가들이 뭉쳐 움직였고, 기적적으로 강은 맑아졌다. ‘라인강의 기적’은 의지와 노력이 있으면 강은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코 앞의 위기, 즉각적인 대응 필요

올여름 녹조 사태는 당장의 식수 위협으로 다가왔다. 심각해지는 낙동강 부영양화에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강의 하류에선 식수 자체가 오염되거나 단수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확인됐다.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산시는 정수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핵심 대응책은 물금취수장 취수탑 설치이다. 현재 물금정수장의 취수구는 수면 부근에 있다. 취수탑이 설치되면 수심별로 취수할 수 있어, 녹조처럼 수심에 따라 함량이 다른 오염물질에 대응이 용이해진다.

문제는 예산과 정부기관의 협조이다. 수중 관로와 펌프 등 부대 시설 건설까지 포함하면 취수탑 설치 비용은 450억 원가량으로 예상된다. 국비 지원 없이는 추진이 쉽지 않다. 또 그동안 환경부 등은 취수탑 설치 등에 필요한 하천 공유수면 사용 허가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다만 올여름 녹조 사태 뒤 관련 정부기관들의 입장이 우호적으로 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수장 내 활성탄 교체 주기를 줄이는 것도 상당히 효과적인 방안으로 검토된다. 오염물질 등을 흡착하는 활성탄은 수돗물이 공급되기 전 마지막에 이뤄지는 정수 작업을 수행한다. 특히 총트리할로메탄 등 각종 소독 부산물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활성탄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져 3년 정도 되면 초기의 30~40% 미만의 흡착력을 보인다. 올여름처럼 소독부산물이 급증하면 흡착력은 더욱 빨리 떨어진다.

그러나 활성탄 교체 비용이 개당 50억~70억 원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교체주기 단축이 쉽지 않다. 대안으로는 재생시설 확충이다. 2~3년 된 활성탄을 재생하면 흡착력이 향상돼 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재생시설 확충에도 300억 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결정이 있어야 추진이 가능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가 단독으로 할 수 없는 대안들은 관련 기관의 결단이 필요한데, 이전보다 상당히 우호적인 입장으로 변한 게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대응 체계 필요

취수탑 설치, 활성탄 교체주기 단축 같은 오염물질 정화 방안은 사후 대응에 가깝다. 정화에 앞서 깨끗한 물을 만들고 확보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지속적인 맑은 물 공급을 위해 식수원 다변화가 추진 중이다. 올 6월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경남 합천군 황강과 창녕군 강변여과수에서 각 45만t을 취수해 부산에 42만t, 경남 동부지역에 48만t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준공 목표는 2028년이다. 낙동강 하류의 식수 불안감이 크고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일부 해소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식수원 다변화도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부산의 하루 물 사용량은 90만t으로, 식수원 다변화가 이뤄져도 여전히 절반의 시민은 낙동강 원수를 정수해 마시고 씻어야 한다. 낙동강 하류 오염이 서부산 일대에 미치는 경제·사회적 악영향을 해소하는 데에도 식수원 다변화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식수원 다변화와는 별개로 낙동강 원수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의 지속적인 추진은 불가피하다. 특히 기후변화 등을 고려할 때 녹조 등 부영양화에 따른 오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부영양화를 촉진하는 낙동강 내 보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논란이 큰 사안인 만큼 객관적인 분석 뒤 대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단지가 많은 낙동강은 유해 화합물 유입이 많기 때문에, 오염물질 총량관리제를 통한 저감과 산단 내 폐수 무방류시스템 도입 등 수질사고 대비 안전성 확보 대책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생명그물 이준경 대표는 "강을 맑게 해 건강한 물을 마시는 건 시민의 권리이자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라인강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 차원의 의지와 절실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