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 내륙에서 발생한 규모(M) 7.8의 강력한 지진으로 2월 16일 현재 튀르키예와 이웃 시리아의 사망자 수가 4만2000명을 넘어서는 등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최근 20년 동안 발생한 지진 피해 가운데 여섯 번째로 큰 규모라고 한다.
기후 변화가 지진에도 영향
튀르키예는 이른바 환태평양조산대라 불리는 ‘불의 고리’에도 속하지 않았는데도 대규모 강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에 잠든 단층도 깨울 만큼 강력한 것으로 이러한 지진의 여파가 우리나라까지 미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튀르키예 지진은 종래의 지진과는 달리 기후 변화의 영향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기후변화센터 홈페이지에 개도국협력팀 전서희 팀장이 ‘기후변화와 지진’(2023년 2월 14일)이란 글을 올렸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지진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10개의 움직이는 판 경계부의 압축력이 내부로 전달되면서 지각 속 단층에 작용하는 힘이 서서히 증가해 외부에서 조금만 자극을 가해도 단층이 붕괴돼 지진이 발생한다. 여기에 조그마한 힘 중 하나가 지하수이다. 땅 속 지하수의 압력이 증가하면 암석에 생긴 미세한 균열 틈으로 스며들어 암석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단층면들 사이에 윤활 작용을 해 지진을 촉발한다. 지하수의 지진 촉발 효과는 1969~1973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지하수 주입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지하수 주입량에 비례해 지진 활동이 증가하는 것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와 나사(NASA)의 연구진은 기후 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게 되면 지각에 작용하는 하중이 줄면서 하부의 응력을 해소하기 위한 지진 발생이 증가하게 된다고 하였다.’
실제 튀르키예 강진은 우리나라의 ‘지하수 수위’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수형 박사팀)은 지난 6일 7400㎞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튀르키예 강진 본진(규모 7.8)과 여진(규모 7.5) 이후 국내 지하수 관측정 두 곳(문경·강릉)에서 지하수 수위 변화를 감지했다고 14일 밝혔다. 문경 관측정에서는 본진 이후 지하수 수위 7㎝ 상승과 여진에 따른 3㎝ 수위 하강을, 강릉 관측정에서는 본진 후 3㎝ 수위 상승을 탐지했다는 것이다(전자신문, 2023년 2월 14일).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을까? 뉴스프리존(2023년 2월 12일)은 ‘튀르키예 대지진, 우리에겐 붉은색 경고등’이란 기사를 내놓았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규모 우리나라에 발생한 4.0 이상의 지진 실상은 심각하다. △2011년 6월 17일 인천 백령도 동남동쪽 13km 해역, 규모 4.0 △2013년 4월 21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북서쪽 101km 해역, 규모 4.9 △2013년 5월 18일 인천 백령도 남쪽 31km 해역, 규모 4.9 △2013년 9월 11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 남남동쪽 60km 해역, 규모 4.0 △2014년 4월 1일 충남 태안군 서격렬비도 서북서쪽 100km 해역, 규모 5.1 △2016년 7월 5일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 규모 5.0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km 지역, 규모 5.8 △2021년 8월 21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남서쪽 124km 해역, 규모 4.0. △2021년 12월 14일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동일본대지진 후 한반도 지진 증가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시사저널(2020년 7월 18일)에 쓴 ‘동일본대지진 후 한반도 지진 늘어났다’는 칼럼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 특성이 변화하고, 한반도 지진은 규모 작아도 큰 피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는 진앙 방향으로 동해안과 울릉도 지역은 5cm가량, 서해안과 백령도 지역은 2cm 이동했다. 이 결과 한반도 지각의 강도가 낮아지고 지진파 속도도 3% 감소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 특성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큰 지진 발생 횟수도 1978년부터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생 전까지 33년간 규모 5 이상 지진은 모두 다섯 차례 발생했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9년간 규모 5 이상 지진이 5회나 발생해 이전에 비해 규모 5 이상의 지진 발생 빈도가 3.7배 증가했다. 한반도의 지진은 4~16km 깊이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진원에서 발생한 지진 에너지가 거의 감소되지 않은 채 지표에 전달됨으로써 지진 규모가 작더라도 얕은 진원 깊이로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0년 1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0 지진으로 31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좋은 예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한반도 지진이 위협적인 또 다른 이유는 지진의 긴 재래주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판 내부에 위치하다 보니 응력이 조금씩 쌓이기 때문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으니 지하의 활성 단층을 사전에 인지하기 어렵다. 또 지진활동이 낮은 단층은 단층면이 지표에 노출되기 어렵다. 한반도 지진은 숨겨진 지뢰와도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 여기서 일본 원전의 지진 대응 역사를 한번 살펴보자. 후쿠시마원전은 지진학에서 ‘판이론(plate tectonics)’이 나오기 전인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건설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은 ‘지진공백지대’면 된다고 원전 입지를 정했다. 그런데 그 뒤 일본지진예지연락회가 대규모 지진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골라내 1978년에 ‘특정관측지역’ ‘관측강화지역’을 설정했는데 놀랍게도 그 위에 이미 대부분의 원전이 들어서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95년 고베대지진 이후 원전 설계 기준 재검토에 나서 규모 7.75에 견딜 수 있도록 기준을 변경했다. 2000년 규모 7.3의 돗토리현 서부 지진 때는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에서 발생한 사실을 발견하고 2006년까지 지진 안전관리규정을 재검토해 개정안을 발표했다. 2007년 니가타현 주에쓰지진 때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소송으로 가동중지 상태를 겪고 나서 2008년 이후 일본 원전은 600~1000Gal(0.6~1.0g) 정도의 지진동에 견디도록 내진설계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그럼에도 규모 9.0의 지진 발생 가능성을 간과한 결과 2011년 3월 후쿠시마 대참사를 맞았다.
도쿄대 메구로 기미로(目黑公郞) 교수는 『엉터리투성이 지진대책(間違いだらけの地震?策)』(2007)에서 “일본은 지진활동도가 높은 시기를 맞고 있는데 규모 8을 넘는 거대지진이 앞으로 30~50년 정도 사이에 4, 5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007년 당시 일본지진예지연락회가 밝힌 위험성이 지적되는 거대지진의 대표적 사례가 도카이지진(M 8,0, 향후 30년 사이에 발생할 확률 78%), 도난카이지진(M 8.1, 60~70%), 난카이지진(M 8.4, 50%), 미야기현앞바다지진(M 7.5, 99%), 산리쿠앞바다북부지진(M7.1, 90%), 산리쿠앞바다 남부해구인근지진(M 7.7, 80~90%) 등이었다. 그런데 그 뒤 불과 4년 만에 산리쿠앞바다에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독일의 지진학자 에카르트 그림멜(Eckhard Grimmel)은 ‘동·남아시아의 원전에 대한 지진의 위협(2002.10)’이란 논문에서 구텐베르크와 리히터의 연구(1954)를 바탕으로 이 지역의 종합적인 지진 규모를 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a) 규모 7.75-8.2, b) 7.0-7.7, c) 6.0-6.9, d) 6.5-7.5,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디에 속할까? 정답은 b)이다. 물론 일본은 a)이다. 그런데 그림멜 박사는 “원전이 있는 나라는 여기에다 규모 0.5를 더 더해야 한다”며 “한국의 경우 규모 7.5-8.2에 대응해 내진설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アソシエ, アソシエ編集委員會, 2002).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규모 7.0 이상을 상정하기는 커녕, 2017년 지난해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신청 때 한수원이 활성단층지도 보고서를 묵살하거나 왜곡된 자료를 제출했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제기됐다. 여기서 매그니튜드(M)는 지진의 규모 즉 단층의 크기 혹은 지진 때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M이 1 커지면 에너지는 약 31.6배, 2 커지면 딱 1000배가 된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말하는 원전 내진강도 규모 최대 7.0과 7.5~8.2와는 엄청난 파워의 차이가 있다. 이에 비해 진도는 지표의 각 지점에서의 흔들림의 크기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2016년 규모 5.8의 경주지진, 2017년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온 국민이 몸으로 느꼈다. 2014년 9월 23일 경주에서 진도 3.5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기상청의 지진계측이 시작된 이후 경주 방폐장 반경 30㎞ 내에서 총 38번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9월 유승희 국회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폐장 부근의 지진 발생 회수가 1981년부터 10년간은 총 3회이던 것이 1991년부터 10년간은 9회, 2001년부터 10년간은 총 12회였으며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는 4년간에 무려 14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2014년 8월 관측까지 원전별 반경 30㎞ 이내의 지진 발생은 월성원전이 35건, 울진원전 15건, 영광원전 10건, 고리원전이 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권 전체 지진 발생의 32%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것은 1905년부터이지만 전국적인 관측망이 구축된 것은 1980년대로 본격적인 관측기간은 30~40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이 같은 짧은 기간의 관측기록만으로 추세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지리학자인 경북대 황상일 교수와 경희대 윤순옥 교수가 2001년 「대한지리학회지」에 공동발표한 ‘조선시대 이래 한반도 지진발생의 시·공간적 특성’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진의 발생 주기는 대략 100~150년으로 현재는 활성기인 5번째 주기의 후반기에 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지진관련 문헌 441건을 분석한 결과 한반도의 지진이 활성기와 휴지기를 반복하며 일정한 주기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선시대의 지진발생지를 지역별로 보면 경북(21%), 충남(13%), 경남(11%), 전북(10%) 등으로 영남지역이 전체 지진발생의 32%를 차지해 요즘 활성단층논란이 일고 있는 경상분지에 지진 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진계가 도입된 1978년 이전의 한반도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사실은 역사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상청이 2012년 발간한 자료집 「한반도 역사지진 기록」에 따르면 기원후 2년부터 1904년까지 『삼국사기』를 비롯한 역사문헌에 기록된 지진은 총 2161회로 그 중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건물을 파괴할 수 있는 진도 8~9(규모 6.5~6.9 정도)의 지진이 15회 일어났다고 기록돼 있다. 총 15회 중 10회가 경주 일대에서 일어났으며 1643년에는 진도 10의 지진이 발생한 기록도 있는데 이는 규모 7.3 정도로 추정되는 것으로 2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10년 아이티지진(규모 7.0)보다 크다는 것이다.
게이오대 물리학과 교수 출신의 후지타 히로유키(藤田祐幸)는 『더이상 원전에 속지않는다(もう原發にはだまされない)』(2011)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은 과거 일본 헤이안시대인 869년 지금의 도호쿠지역인 산리쿠앞바다를 진원으로 하는 대지진이었던 ‘조간(貞觀)지진’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당시 조간지진은 규모 8.3에 쓰나미 피해가 컸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후쿠시마원전사고 이전에 ‘조간지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원전의 방재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지만 일본 원전당국에 의해 무시됐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규모 7.0 이상의 지진은 오지 않을까?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핵발전소 위험과 대책」(2016.7.1)란 자료집 중 ‘한반도의 지진 위험과 핵발전소’라는 제목의 글에서 계기지진과 역사지진을 바탕으로 확률론적 추정을 한 결과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지진 규모를 7.4까지 보고 있다. 손문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최대 잠재 지진 규모를 7.0으로 추정한다.
●국가지진위험지도 10년째 그대로
강진이 오면 과연 우리 원전은 문제가 없을까? 고리1호기를 건설할 당시인 1970년대 초반엔 양산단층대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경주지진으로 인해 고리와 월성원전 일대에 활성단층도 다수 분포하며, 포항지진 단층은 그간 거론되지 않은 것이어서 더 이상 대규모 지진 발생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1970~80년대 지어진 고리1~4호기 등 노후원전은 규모 6.5를 견딜 수 있는 최대 지반가속도 0.2g 수준의 내진설계밖에 돼 있지 않다. 신고리3·4호기부터는 규모 7.0을 견딜 수 있는 0.3g로 설계돼 있다. 한수원은 지진 발생 주기를 1만 년 기준으로 지반가속도 0.28g로 보고 있다. 참고로 지반가속도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력가속도 g의 몇 배의 힘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2017년 11월 한수원이 내진 성능을 신고리5·6호기의 경우 규모 7.4까지, 가동 중인 원전 24기를 규모 7.0에 대응하도록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있다(그린포스트코리아, 2017년 11월 8일).
이런데도 국가지진위험지도는 10년째 그대로다. 정부는 10년 전 예상 지진동과 발생 주기 등을 예측하고 지진이 나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내진 설계 기준이 되는 ‘국가지진위험지도’를 제작했으나 이 지도가 10년 전 그대로라고 밝혔다(MBN, 2023년 2월 10일).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대부분의 소규모 건물들이 튀르키예처럼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국 건축물 732만5293동 중 내진 확보가 이뤄진 건축물은 94만2194동으로 12.9%에 불과했다. 내진 대상인 614만8639동을 기준으로 해도 전체의 15.3%만이 내진 성능을 확보한 상태였다(국민일보, 2023년 2월 9일).
오는 4월 설계수명 40년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의 수명 연장이나 원전부지 내 임시건식저장시설 건설은 신중해야 한다. 안전성이 첫째다. 특히 양산단층대에 들어서 있는 고리원전에 대한 수명 연장 추진은 지금이라도 철회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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