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시급한 취수원 확보문제를 놓고 부산시가 20년 이상 넘는 세월동안 공을 들여왔으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취수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경북, 부산, 경남, 구미 등 주변 지역주민의 주요 취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낙동강은 강 자체의 수질오염도도 높아 지자체 간 먹는 물 확보를 두고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2021년 6월 낙동강 상류지역은 구미 해평 취수장에서 30만t을, 추가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28.8만t을 확보한 후 대구에 57만t, 경북에 1.8만t을 배분한다고 밝혔다.
하류지역은 낙동강 지류인 합천군 황강 하류에서 45만t, 경남 창녕군 강변여과수 45만t을 개발해 부산에 42만t, 경남 일부지역에 48만t을 나눠 공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취수원인 낙동강의 수질 오염도도 높은데다 물 부족 문제가 대두되다보니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자연스럽게 ‘해수담수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3면이 바다로 사실상 무한한 바닷물을 담수화하면 수질오염도 걱정은 물론 물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수담수화’는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기술이다.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담수만 하루 1억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시장규모도 4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바닷물 속 염분의 농도는 3.5%이다. 여기에 나트륨과 황, 마그네슘 등 각종 무기물이 들어간다. 물을 쓰기 위해선 소금과 무기물을 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해수는 어떻게 담수화할까?
과거에는 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이 대표적이었다. 인류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던 방식이었다. 기원전 320년 ‘소금물을 증발한 뒤 응결시킨 물은 더 이상 소금물이 아니다’라고 적힌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록도 있다.
물을 증발시키면 담수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기원전부터 보편화된 사고였다. 증발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다단증발법, 그리고 다중효용 증발법이다.
두 방식 모두 증발시킨 물을 응축해 이물질을 빼는 방법이다. 다단증발법이 대형 플랜트에 적합하다면, 다중효용 증발법은 중소형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현대적 의미의 해수담수화는 1960년 도입됐다. 쿠웨이트에 지은 1일 4550톤 규모의 담수화시설이 처음이었다. 이후 기술발전과 함께 증발법은 1970년대 이후 담수화 시장의 주류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역삼투압법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역삼투압 시스템이란, 삼투압 원리를 역으로 적용하여 미생물, 바이러스, 중금속 등 각종 불순물 등을 깨끗이 걸러내는 설비이다.
삼투압은 농도가 다른 물이 만났을 때 용액의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물이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압력을 뜻한다.
역삼투압 시스템은 이 삼투압을 반대로 적용하여 농도가 높은 쪽에 압력을 가해 반투막인 멤브레인을 통과할 때 불순물을 제외한 순수한 물만 통과하게 한다.
역삼투압 시스템의 핵심은 바로 멤브레인이라고 하는 특수한 필터에 있다. 이 필터는 0.0001㎛의 마이크로필터를 가지고 있다. 머리카락의 천만분의 1이라고 보면 된다.
그 실례로 부산시 기장 담수화 플랜트는 역삼투압법을 이용해 매일 4만5000톤의 해수를 담수화할 수 있는 시설이다. 만들어진지 7년째 가동도 안 하고 있어 녹슬어 가고 있는 상태이다.
여기에 고리원전 가까이에 해수담수화가 위치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환경단체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끝내 시설을 가동하지 못하고 시민의 혈세만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수담수의 경우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다수 검증기관에서 수질의 적합도에 대한 판정결과, 식수로 사용하기 적합한 아주 좋은 물로 평가 받았다.
단, 낙동강 취수원에서 생산한 물보다 톤당 약 20% 비싸지만, 20만 톤 이상 대용량으로 생산할 경우 생산단가를 거의 비슷하게 맞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해수담수화 기술을 무작정 비효율적이라 볼 수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물이 부족한 중동지역에 1900년대 후반부터 해수담수가 사람들의 주된 식수원이 됐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장기적으로 물 부족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340만 명의 부산인구 인구 총 급수량은 2022년 기준 평균 102만 톤에 달한다. 1인당 일평균 321리터를 쓰는 꼴이다. 여기에 공업용수로 쓰는 것까지 합치면 물 사용량은 훨씬 더 늘어난다.
향후 수자원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면, 장기적으로 식수부족사태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해수담수화 기술은 중장기적으로 인류의 물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인 건 틀림없다.
현재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보편적으론 안 쓰이고 있지만, 물 부족 사태가 언제든 닥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대용량으로 생산할 경우 현재의 단가에 충분히 해수담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물 전문가 진단이다.
물론 그보단 지구를 지속 가능한 거주가 가능한 환경이 되도록 인류가 노력해야 한다. 당장 우리 세대의 문제는 아니더라도, 먼 미래세대에서 물이 부족한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물과 생명체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화성처럼 말이다.
부산광역시물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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